[기부자가 변하고 있다] 기부서클(giving circles)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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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뭔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기술개발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은 듯합니다. 평범한 보통의 시민들은 그저 신기술이 가져다 준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낯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여 어떻게 이것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대나 호기심을 갖게 된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었죠.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그런 미래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른바 티핑 포인트가 발생하였고, 변화는 매우 급진적인 듯 합니다.


특히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식들 가운데 안타까운 것들은 바로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전통적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덮쳐오는 돌봄의 공백, 그간 지탱해왔던 다양한 유무형의 사회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빚어지는 신음소리들입니다.  마치 수십년 간의 지원 노력들로 이루어 놓은 기술과 노하우로 축적한 성과들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닌지..  염려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부재가 초래하는 이런 문제들을 바라보며 그간 얼마나 사회서비스의 실천이 이처럼 힘든 일을 조용히 잘 해내고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체감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혼란속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창의적이고 새로운 돌봄과 지원의 방법들이 하루속히 갖추어지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역시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나눔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넘쳐난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원 대상과 환경에 대한 급진적 변화는 매우 가시적이고 피부에 와닿지만,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모금과 관련된 기관에서 더욱 분명히 체감하게 되는 것은 바로 기부자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기부자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새로운 기부자(new donor), 혹은 새로운 필란트로피(new philanthropy)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이미 20여년 전입니다. 최초 논의는 이른바 벤처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 논의입니다. 전통적 필란트로피가 단순히 비영리 기관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벤처필란트로피는 비영리의 구조와 역량을 강화하여 그들을 키워내기 위해 투자하는 방식, 혹은 욕구가 있는 전통적인 수혜자를 돕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내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또한 기존의 기관들이 하던 방법이 아닌 좀 더 혁신적인 방법을 추구하기도 하지요(Wagner, 2002).

이러한 논의는 뭔가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가치투자나 혹은 소셜벤처을 지원하는 펀드들에 대한 설명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개인 기부자들에게서는 어떤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까요?

한편 개인 기부자들의 변화를 더 잘 설명하는 사례가 바로 기부서클(giving circle)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Eikenverry(2006)가 대표적으로 기부서클을 통한 기부자 변화를 추적한 연구자입니다. 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해 기존의 기부자들보다 더욱 관여를 깊게 하고, 기부할 곳들을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고 조사하여 자신들의 아젠다와 문제의식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기관과 협력하여 기부의 방법들을 찾아냅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에 들어가는 시간적 물질적 비용을 전혀 아깝게 여기지 않고 기꺼이 수행하지요. 이들이 서클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개인 단위의 활동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부금을 서클 단위로 모아서 그 서클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어떠한 이슈에 어떠한 기관에 기부할지를 직접 조직화(organizing)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는 약 225개의 기부서클이 존재함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Eikeberry(2006)은 이 연구에서 188개 기부서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들을 세 가지로 유형화 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첫번째는 스몰그룹(small group) 유형으로 $50-$5000의 범위 내에서 동일한 금액을 모으는 작은 숫자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임입니다. 이들 그룹에서는 멤버 모든 사람이 아젠다 셋팅, 토론, 의사결정, 리더십을 공유합니다. 이들은 주로 사회활동과 교육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었는데 주로 기관을 방문하고 비영리기관의 스텝들과 미팅으로 하고 그 내용들을 다른 멤버들과 정보 공유를 합니다.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기부할 곳과 이슈를 정하기도 하고, 비영리기관과 모금에 대해 논의하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느슨한 네트워크(loose networks) 유형입니다. 이러한 그룹에서는 전체 그룹을 조망하는 핵심그룹(core group)과 참여자그룹으로 구성됩니다. 핵심그룹은 조직을 지속시키고, 계획을 수립하고 기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 주위를 참여자그룹(구체적인 이벤트를 통해 함께 모이기를 좋아하는 친교그룹의 형태가 다수)이 밭쳐주고 있지요. 주로 여성들이 이러한 서클의 주요 주체가 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잠재적 수혜자가 나타날 때 돈과 현물 등을 모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번째는 정식 조직체(formal organizations) 유형입니다. 이 그룹은 다른 두 모임보다 의사결정 구조가 훨씬 공식적입니다. 이사회나 리드그룹, 위원회, 전문 직업인 스텝을 갖춘 정식 기관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기관은 멤버들의 참가비가 $5000 남짓으로 기금에 대한 의사결정은 위원회나 투자팀이 하게 됩니다. 특히 이 유형은 기부대상 비영리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관여를 강하게 추진하기도 합니다.대부분의 멤버들은 전문성을 살려 자원봉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Social Venture Partners(SVP), Young leader funds, Affiliated funds, Independent 501 조직 등이 있다고 합니다.

기부서클이 가진 특징들을 정리하면 기존의 기부자들과 다른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 펀드를 모음
  • 자원을 나눠줌: 돈, 현물, 멤버들의 시간, 재능 등을 나눔
  • 멤버들에게 필란트로피나 지역사회 이슈에 대해 교육
  • 사회적 필요에 대응함
  • 멤버들을 자원봉사에 참여시킴
  • 서클의 독립성을 유지함(타 자선단체들과 연계되어 있지 않음. 즉 기부자이면서 동시에 기관의 활동과 유사한 활동을 하는 독특한 형태임)

무엇보다 이들이 추동하는 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핵심은 더 많은 관여(engaged)와 참여(participation)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부서클은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고, 여성 참여자가 많고, 이전에 친숙하지 않던 새로운 기관들에게까지 기부의 영역이 확장되도록 이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참여를 통해 기부서클 안과 밖에서 더 많은 기부자의 내적 성장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슈에 대한 관심도도 증가하겠지요. 그리고 기부에 대해 더 전략적이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지요. 이들은 진지하게 사회적 이슈를 논하지만 재미의 요소도 놓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부서클을 통해 비영리기관과의 관계가  더 새로워지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더 긴밀한 파트너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기도 하지요. 결과적으로 이들은 기부하지만 자신들이 더 잘 알고 더 의미를 두는 곳에 기부를 하게 됨으로써 기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더 많은 기부를 하게 되는 선순환을 유지하게 됩니다. 자신의 기부가 지역사회에 더 큰 영향을 만들어내고 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 때문입니다.  기부서클 활동이 참여자 개개인의 성장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합니다. 즉, 기부자가 삶의 중요한 변화들(예를 들어 아기를 맞이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갑자기 부의 증가를 경험했거나, 삶의 전환기를 맞는 등)의 국면에서 더 많이 기부서클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기부서클이 보여주는 변화는 저자가 제목에서 말한대로 풀뿌리 필란트로피(grassroots Philanthropy)의 성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으로 감지되는 것이 아닌 기부자들 전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예이며  패러다임 전환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밀접히 관여하는 기부자 중심의 필란트로피’가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설명해주는 것이며 기부서클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금기관이 이러한 기부자들의 변화와 그 욕구를 알아채고 함께 좋은 지역사회의 파트너로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전략들을 발굴해 내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자료>

Eikenberry, A., M.(2006) Giving Circles: Growing Grassroots Philanthropy.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Quarterly, 35(3), 517-532.

Wagner, L.(2002) The ‘new’ doner: Creation or evolu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Nonprofit and Voluntary Sector Marketing 7(4), 343-352.